nepal vs west indies

네팔 크리켓, T20 월드컵 예선서 서인도제도에 승리…역대급 업셋 기록

네팔 크리켓, T20 월드컵 예선서 서인도제도에 승리…역대급 업셋 기록
트렌드 뉴스 | 2026년 2월 15일 오전 10:07

네팔 크리켓 국가대표팀이 강호 서인도제도를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며 세계 크리켓 팬들을 놀라게 했다. 2026년 2월 15일(현지 시간) 열린 ICC T20 월드컵 예선 조별리그 경기에서 네팔은 서인도제도를 상대로 압도적인 투구와 수비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125점으로 묶은 뒤, 손쉽게 목표 점수를 추격해 5위켓 차이로 승리를 따냈다. 이번 승리는 두 번의 T20 월드컵 우승 경력을 가진 전통적 강호를 상대로 한 네팔의 단일 경기 최고 성적이자, 국제 크리켓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각인시킨 순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내용

경기는 네팔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서인도제도의 타선은 네팔의 정교한 페이스 공격과 스핀 볼링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네팔의 주장이자 파세볼러인 소말 카미는 4오버 동안 단 18점만을 허용하며 3개의 중요한 위켓을 잡는 선방을 펼쳤다. 스피너 산담 라마일레 역시 중간 계투로 투입되어 경제성 좋은 볼링(4오버 22점)으로 상대 타선의 흐름을 끊는 데 성공했다. 서인디즈는 전체 20오버를 소화하며 겨우 125점에 그쳤고, 이는 최근 몇 년 간 그들의 최저 득점 기록에 근접하는 부진한 성적이었다.

네팔의 추격은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오프너 아시프 세이크가 빠르게 32점(24볼)을 쌓으며 기반을 다졌고, 중간 계투에서는 올라운더 쿠샬 말라가 무난한 28점(30볼)을 더하며 승리의 기반을 굳혔다. 후반부에는 약간의 위기가 있었으나, 핀치 히터로 나선 로힛 파우델이 남은 2오버를 앞두고 결승타를 날리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네팔은 19.1오버만에 목표 점수를 달성하며 126/5로 압승을 거두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리의 핵심 요인으로 네팔 팀의 철저한 전술 준수와 정신력을 꼽는다. 특히 서인디즈의 강력한 장타자들을 상대로 한 볼링 라인과 길이 변화가 치밀하게 연구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 중계를 맡은 한 해설자는 "네팔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게임 플랜을 실행해냈다"며 "서인디즈 타자들이 편안하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구간을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배경

네팔 크리켓의 급성장은 지난 십여 년 간 이루어진 눈부신 발전의 결과다. 국제크리켓평의회(ICC) 풀 멤버십 자격이 없는 어소시에이트(준회원)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네팔은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켜 왔다. 특히 2014년 T20 월드컵 첫 본선 진출 이후 국제 무대에서 종종 강팀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거인의 살해자(Giant Kill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서인도제도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명확하다. 서인디즈는 과거 테스트 국가 최초로 T20 월드컵을 두 번(2012년, 2016년) 제패한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급 팀이다. 반면 네팔은 아직 메이저 ICC 토너먼트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랭킹 또한 서인디즈보다 한참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예선전 대진표가 공개됐을 때 대부분의 예측은 서인디즈의 손쉬운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다르다. 서인디즈는 프랜차이즈 리그 중심의 선발 문제와 팀 내 불화 설왕설래 등으로 인해 조직력에 흠집이 생긴 상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반면 네팔은 국내 리그 시스템 정비와 젊은 유망주들의 해외 리그 진출 등을 통해 경험과 자신감을 동시에 쌓아온 상황이다.

향후 전망

이번 승리는 단순히 한 경기의 결과를 넘어서 여러 가지 중요한 파급 효과를 예고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2026년 T20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다. 조별예선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던 서인디즈를 꺾음으로써 네팔은 조 1위 또는 상위 순위로 본선 티켓을 따낼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본선 진출 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세계적인 주목 속에서 증명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둘째, 이번 업셋(약체팀의 의외적 승리) 성과는 어소시에이트 국가들 전체에게 큰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아프가니스탄이 풀 멤버십으로 도약한 사례에 이어, 네팔 또한 '다음 유력 후보'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이는 ICC로 하여금 비풀 멤버 국가들에 대한 지원과 기회 확대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를 포함한 비크리켓 강국 팬들에게 주는 시사점도 있다.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 크리켓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 구도를 뒤흔드는 '변수'들의 등장은 스포츠 관람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결과는 프로 리그 중심 운영 방식과 국가대표팀 건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다른 종목에서도 참고할 만한 교훈을 제공한다.

네팔 팀은 남은 예선 경기를 치르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어야 하지만, 이미 그들은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었다. 세계 크릭맹들은 이 작지만 강력한 히말라야 국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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