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동계올림픽 독점중계 논란, 최가온 금메달 생중계 놓친 배경과 구조적 문제
JTBC가 약 6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독점 중계권을 획득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방송사 간 갈등과 시청자 불만이 동시에 폭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JTBC로부터 올림픽 영상을 제한적으로만 공급받아 뉴스 보도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정작 JTBC는 대회 4일차인 2월 15일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 될 뻔한 최가온의 쇼트트랙 결승전 생중계를 다른 경기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고액의 독점 계약이 오히려 방송 다양성과 시청자 권리를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주요 내용
지상파 3사(KBS, MBC, SBS)는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뉴스 프로그램에서 올림픽 경기 영상 사용에 제약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JTBC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지상파는 하루 최대 4분, 한 번의 뉴스에서는 30초를 초과할 수 없는 영상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지상파 관계자는 "과거 올림픽 때와 비교해도 극히 제한적인 조건"이라며 "시청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JTBC 측은 이번 조건이 새로운 규정이 아니라 "과거 선례와 같은 조건"이라고 해명했다. 독점권을 가진 방송사가 타사의 무분별한 영상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상파는 이번 협약이 '소극적 보도'를 유도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정점은 2월 15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찾아왔다. 한국의 차세대 스타 최가온 선수가 결승선을 처음으로 통과하며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눈앞에 뒀으나, 주심의 파울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다. 문제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JTBC가 생중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JTBC는 최가온 선수의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고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경기를 방송하고 있었다.
JTBC는 이 결정에 대해 "동시간대에 진행되는 여러 경기 중 시청자 선택권을 고려해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첫 금메달 가능성'이라는 초미의 관심사를 놓친 선택이라며 시청자들의 실망과 비판이 쏟아졌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모든 경기를 자유롭게 중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경기의 생중계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결정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배경
JTBC의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는 방송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낳은 결과다. 과거 올림픽 중계권은 주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획득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글로벌 스포츠 중계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지상파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유료방송사나 OTT 플랫폼의 참여가 늘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국내 대회라는 특성상 지상파 중심의 중계가 이루어졌지만,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의 경우 최근 들어 유료방송사의 독점 계약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JTBC는 이러한 흐름 속에 포괄적 유료방송 채널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차별화된 콘텐츠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독점 계약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스포츠 콘텐츠'라는 올림픽 정신과 충돌하며 논란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향후 전망
이번 사태는 고액화되는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앞으로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전주곡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는 "6000억 원이라는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JTBC는 자사 플랫폼으로 시청자를 집중시키려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필연적으로 타 매체의 접근성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시청자의 선택지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향후 국제적인 메가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OTT 플랫폼까지 참전하면서 가격은 상승하고, 독점 계약은 일반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원하는 경기를 원하는 채널에서 보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플랫폼 간 이동' 부담이나, 이번처럼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공정경쟁과 공공성 보장 차원에서 개입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기구(IOC)와의 계약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의 직접적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방송사들 간에 시청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 될 것이다. 소비자인 시민들은 다양한 플랫폼의 중계 일정과 조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숙지하고, 자신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